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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 소통이 안 되는 이유(10)
 
-황경연 소통전문강사-

  이순자 상담심리학 박사가 쓴 ‘생동감 넘치는 부부사랑 이야기’ 책에 나온 미국에서의 한인 부부 상담 이야기이다.
  40대 부부가 상담소를 찾았다. 결혼생활 15년 동안 집 안팎에서 벌어지는 폭언과 폭행 때문에 더는 못 견디겠다며 마지막으로 상담이나 해 보고 살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겠다고 아내가 남편을 끌고 온 것이다.
 
  아내가 말했다. 남편 때문에 정말로 창피해 죽겠어요. 그동안 맞고 산 것도 지겨워 죽겠는데 집안에서만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에요. 식당에 가든 어디를 가든 둘이 가면 꼭 싸우게 돼요. 이 양반은 꼭 싸우려고 어디 가는 것 같아요. 이제 어디 같이 가는 게 두려워요.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거든요. 아내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상담소장이 남편에게 화가 나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을 무시해요. 여자가 기본이 안 돼 있어요. 내가 늘 얘기하거든요. 그렇게 무시하지 말라고. 그런데도 절대로 안 고쳐요. 그리고 내가 들어와도 쳐다보지도 않아요. 아마 어느 집 개가 들어와도 그보다는 나을 거예요. 그리고 저녁 밥상 차린 거 보면 정말 이 여자는 날 무시한다는 게 딱 드러나요.
 
  그러자 아내가 받아 말했다. 당신은 왜 내가 당신을 무시한다고 그래요? 난 아니라니까. 그리고 나 저녁 밥상 원래 자주 안 차리잖아요. 당신 당뇨 있으니까 저녁 많이 먹지 말라고 의사가 얘기해서. 
  남편이 또 다시 말을 이어받았다. 그럼 당신은 왜 내가 아프든 말든 일 나가고 시장가고 다 하지? 그게 날 무시하는 거지 뭐야! 그리고 내가 된장찌개 좋아한다고 해도 당신 어디 한번 끓여 주기나 해? 당신이 날 무시하지 않으면 그럴 수가 있어? 남편은 화가 나서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곧 아내를 칠 것만 같았다.
 
  아내가 말했다. 여보, 생각을 해 봐. 나도 직장에 다니는데 당신이 큰 병이 난 것도 아니고 감기로 조금 힘들 때마다 결근하면 어떻게 돼요? 일하러 갈 때도 당신 먹을 것 다 챙겨 놓고, 보리차도 끓여 놓고 나가잖아요. 그리고 당신 좋아하는 된장국, 일주일에 세 번은 먹어요. 그럼 매일 끓여요? 박사님, 제가 정말 돌겠어요. 제가 남편을 무시해서 그런 것으로 보여요?
 
  이 부부의 갈등의 주원인은 무엇일까? 상담가가 아닌 보통 사람이 보아도 갈등의 주원인이 남편의 무시감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과정(역동)은 이렇다. 어려서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부정적인 경험(상처)이 많은 사람의 경우 부정적인 사고(부정적 해석, 부정적 판단, 부정적 짐작, 부정적 귀인)나 지나친 욕구(최고, 특권, 정확, 독단, 통제, 완벽) 혹은 부정적인 감정(핵심감정)(무시감, 소외감, 수치심, 외로움, 못마땅함, 짜증)을 특별히 지니게 된다.
 
 그럴 경우 그는 세계(세상, 사람)를 자신이 지닌 그 부정적인 사고나, 부정적인 감정으로 보게(해석, 판단)되고 그럼으로써 더욱 더 분노나 무시감 혹은 못마땅함 등의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게 되어 비난이나, 잔소리 혹은 폭력 등의 행동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사실 그러려고 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되어지는 측면이 더 많다. 이른바 자동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순자 박사에게 상담 받으러 온 남편 역시 그런 역동(과정)으로 인해 가족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괴롭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기사입력: 2017/07/11 [21:05]  최종편집: ⓒ 전북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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