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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길거리에 떨어진 은행(銀杏)을 줍다
 
칼럼니스트 은종삼

 
▲     © 관리자

지난 주말 오후 운동 겸 자전거 산책을 하던 길이었다. 전주시 대로변 가로수 은행나무에서 떨어져 수북이 너부러진 은행을 보았다. 가을 내내 지겹게 보아왔던 불쾌한 거리모습이다. 며칠 전 첫눈이 내렸고 나뭇가지도 앙상하다. 방한모를 쓴 행인들의 두꺼운 옷차림과 종종걸음에서 겨울임을 실감한다.
 
 그런데 다 떨어진 줄 알았던 은행이 노처녀 노총각 시집 장가가듯이 느지감치 떨어진 것이다. 은행나무를 쳐다보니 앙상한 가지에 아직도 쪽빛 하늘의 조명을 받고 황갈색 열매가 주절주절 열려 있어 다이빙을 준비하고 있다. 초겨울 시가지 풍경이다.   

 그냥 지나치려다 문득 얼마 전 중국 샤먼(厦門)시 고급호텔 레스토랑에서 수많은 뷔페 음식 중 멋지게 꾸민 은행 요리가 있어 접시에 골라 담아 먹은 일이 떠올랐다. 고소하고 씁쓰름하며 향긋했다. 그 귀한 열매가 왜 저렇게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있는가? 일부는 차에 깔리고 밟혀 뭉개지기도 했다. 참으로 보기에 아쉬웠다.
 
은행들이 자신을 몰라주는 인간들이 야속하다고 하소연하는 것 같았다. 아깝다기보다는 그냥 지나치기가 죄스러운 감마저 들었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다행히 냄새는 그리 심하지 않았다. 어쩌면 올해 마지막일 지도 모를 저 귀한 은행을 은행답게 대접해주고 싶은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생겼다. 마치 옛날 시골집 마당에 널어놓은 콩을 포대에 쓸어 담 듯 자전거에 걸치고 다니던 쇼핑백에 손바닥으로 쓸어 담았다. 불과 3~4분 정도에 다 채워졌다. 더 담을 수도 없다. 아깝지만 욕심은 금물이다.
 
 집에 가지고 와서 따뜻한 물에 불렸다가 껍질을 벗겼다. 똥냄새가 풍겼다. 아내는 질색하고 갔다 버리라고 한다. 그래도 미안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니 어쩌랴. 실장갑을 끼고 껍질을 벗겼다. 미끌미끌 잘 벗겨졌다. 역겨운 냄새가 코를 괴롭혔다. 그러나 마침 평생 소똥 치우는 87세 청주의 곽창영 할아버지가 TV 인간극장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웃으며 자랑스럽게 일하는 장면을 보고 이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되었다.
 
 60~70년대만 해도 똥오줌으로 농작물을 가꾸었지 안 했던가. 껍질 벗기는 노동 시간도 한나절이나 걸렸다. 그러나 밤샘 화투 치고 돈 잃는 사람도 있고 위험한 밤낚시 하는 사람도 있는 데 집안에서 TV보며 일하는 것은 별로 아깝지 않은 시간이다. 더욱이 길거리에 나뒹굴어진 혐오스런 은행이 고급 잔칫상에 오르기까지 그 고운 손작업을 체험하는 순간이다. 참선하는 마음으로 수행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겉껍질이 다 벗겨진 은행이 베란다에서 투명한 겨울 햇살을 받고 하얗게 고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냄새도 사라졌다. 혐오감을 일으키던 은행이 대형마트 진열대에 오를만한 탐스런 식품 신데렐라가 되었다. 시장가격으로 대략 2만 원어치는 될 성 싶다. 역시 고통스러운 노동의 끝은 즐거운 것이다. 음식을 먹을 때 감사의 기도를 드려야 할 연유이기도 하다.

 은행은 꼬치에 끼워 잣 호두 등과 함께 잔칫상의 분위기를 살리는 멋스런 고명으로 사랑 받는 귀한식품이다. 뿐만 아니라, 푸른 보약이라고 할 만큼 약용 건강식품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칼슘 등 각종 영양소와 카로틴, 장코플라톤 등 약리 작용 성분이 들어 있어 혈액 노화방지, 기침 가래를 가라앉히고 치매예방과 자양강장제로도 효능이 높다고 문헌에 소개 되어 있다. 가히 100세 시대 필수 건강식용 열매다. 가을이면 황금빛 잎으로 아름다운 시가지를 장식하는 은행나무가 열매도 사랑받는 거리를 꿈꾸는 것은 필자뿐일까?

 전주시 중심 시가지는 가을 내내 노오란 은행잎이 가을의 정취를 한껏 자아내었다. 하지만 수북히 떨어져 짓밟히고 악취를 풍기는 은행으로 도시미관을 해치고 코를 찌르는 불쾌감이 도를 지나쳐 은행나무가 과연 시가지 가로수로서 적합한가? 일부 식자들의 입에 오르내기도 했다.     
 
기사입력: 2017/12/06 [19:32]  최종편집: ⓒ 전북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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